믿음의 의미와 그 대상 늘푸른문수 200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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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의미와 그 대상


대승불교는 믿음[信心]에서 출발한다. 대승불교에서는 믿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 존립 기반 자체를 잃고 만다. 믿음이 없으면 정신적 통찰이라는 식물이 싹틀 수 없기 때문에 믿음을 '씨앗[종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장엄경(大莊嚴經)에서는 "온갖 공덕은 믿음으로 사명(使命)을 삼는다. 그러기에 보물 중에서 믿음이 으뜸이다"라고 단정하고 있다. 대보적경(大寶積經)에서는 "믿음은 부처님의 아들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믿음을 가까이해야 한다"고 했다. 범망경(梵網經)에서도 "온갖 것은 믿음으로 으뜸을 삼으니, 이것이 모든 덕(德)의 근본이다"라고 했다.


또한 초기경전인 잡아함경(雜阿含經)에서도 "믿음은 씨요, 고행은 단비[時雨]니라"라고 했고,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에서는 "여러 재물 중, 믿음이 제일가는 재물이다"라고 했다.


이처럼 믿음은 대승불교 신앙의 토대이며 출발점이다. 그러면 믿음이란 무슨 뜻인가? 믿음의 뜻을 석마하연론(釋摩訶衍論)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즉 믿음에는 열 가지 뜻이 있다. 무엇이 열인가? 첫째는 정화(淨化)하는 뜻이니, 심성(心性)을 청정 명백하게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결정(決定)하는 뜻이니, 심성을 순수 견고하게 하는 까닭이다. 셋째는 환희의 뜻이니, 온갖 근심과 번뇌를 제거하는 까닭이다. 넷째는 싫증이 없는 뜻이니, 해태심(懈怠心)을 없애는 까닭이다. 다섯째는 수희(隨喜)의 뜻이니, 남의 보살행에 동조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까닭이다. 여섯째는 존중의 뜻이니, 온갖 덕 있는 사람을 가벼이 보지 않는 까닭이다. 일곱째는 수순(隨順)의 뜻이니, 본 바, 배운 바를 따라서 위배함이 없는 까닭이다. 여덟째는 찬탄(讚嘆)의 뜻이니, 남의 보살행을 따라 진심에서 찬탄하는 까닭이다. 아홉째는 불괴(不壞)의 뜻이니, 마음을 오로지 하여 잊지 않는 까닭이다. 열째는 애요(愛樂)의 뜻이니, 자비심을 성취하는 까닭이다.


그러면 불교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믿는단 말인가? '삼보의 공덕'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불교도의 신앙의 대상은 불·법·승 삼보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불교문헌에서는 삼보 외 다른 신앙의 대상을 추가하기도 하며, 확대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삼보 외에 계(戒)를 추가하여 네 가지를 믿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삼혜경(三慧經)에서는 믿음의 대상을 다섯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부처님을 믿음이요, 둘째는 그 가르침을 믿음이요, 셋째는 계(戒)를 믿음이요, 넷째는 경(經)을 믿음이요, 다섯째는 선지식(善知識)을 믿음이다. 이 다섯 가지를 믿으면 도(道)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아비달마법온족론(阿毘達磨法蘊足論)에서는 "삼보와 사제(四諦)에 대해 의심을 품는 사람은, 비록 선정(禪定)을 부지런히 닦는다 해도, 부처님들께서 칭찬치 않으신다."라고 했다. 여기서 사제는 네 가지 고귀한 진리, 즉 사성제(四聖諦)를 말하는데, 불교의 근본 교설이다. 이 논서에 의하면 불교도는 삼보와 사성제에 대하여 확실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심의 공덕


신심의 공덕에 대해서는 화엄경의 현수품에서 가장 자세히 잘 설해져 있다. 앞에서 인용한 "믿음은 도(道)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다. …… "라는 대목은 물론 "믿음은 더러운 작용이 없기에 청정함을 가지고 교만을 없앤다. 따라서 믿음이야말로 공경의 근본이며, 법장(法藏)의 제일 가는 재물이어서, 청정한 마음의 손이 되어 여러 덕행(德行)을 받아들인다."


"믿음은 보시(布施)가 되어 나타나서 마음에 인색함이 없게 하며, 믿음은 능히 기쁨을 낳아 부처님의 가르침에 들어가게 하며, 믿음은 능히 지혜의 공덕을 증장(增長)시키며, 믿음은 능히 여래지(如來地)에 이르게 한다."


"믿음은 제근(諸根)을 청정이 한다. 믿음은 힘이 견고하여 파괴치 못한다. 믿음은 능히 번뇌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린다. 믿음은 능히 부처님의 공덕만을 지향하여 나아간다"[1]라고 했다.


또한 "중생이 있어서 능히 청정한 믿음을 일으킨다면, 반드시 끝없는 선근(善根)을 얻을 터이다."


"깊은 믿음은 가히 무너뜨릴 수 없으니 일체 제불을 공경 공양하며 제불과 정법(正法), 성스러운 승가를 믿고 공경하는 까닭에 보리심을 발한다. 제불과 정법을 깊이 믿고 또한 보살이 행한 바 도를 믿어서 바른 믿음으로서 부처님의 보리를 향하게 하여 보살이 처음 발심하는 원인이 된다"라고 화엄경에서 설하고 있다.


열반경(涅槃經)에도 믿음에 대해 여러 가지로 언급하고 있다. "선남자야, 사람에게 두 가지가 있으니,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니라. 보살은 마땅히 알라. 믿는 자는 곧 선(善)이요 믿지 않는 자는 선이라 할 수 없음을!" "착한 벗을 가까이하면 신심(信心)을 얻는다. 이 신심은 보시(布施)와 그 과보(果報)를 믿음이며, 선(善)과 그 과보를 믿음이며, 악과 그 과보를 믿음이며, 생사의 괴로움이 무상(無常)하여 소멸하는 데서 옴을 믿음이다. 이것을 믿음이라 한다. 신심을 얻으므로 정계(淨戒)를 닦으며, 보시를 늘 즐기며, 지혜를 바르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라고 했다.


기신론에서는 "믿음의 힘에 의지하는 까닭에 능히 수행하게 된다"고 했고, 아비담비파사론(阿毗曇毘婆沙論)에서도 "만약 내 제자가 믿음으로써 담을 삼는다면, 능히 악한 외적의 침입을 막고 선법(善法)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믿음이 어떤 공덕과 결과를 가져다주는가. 이에 대한 해답 역시 화엄경에서 찾을 수 있다.


늘 부처님들을 받들어 믿으면 능히 큰 공양(供養)을 일으키게 된다. 큰 공양을 일으키면, 그 사람은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가르침을 믿게 된다. 항상 부처님의 존귀한 가르침을 믿으면, 신심의 불퇴전(不退轉)을 얻게 된다. 신심의 불퇴전을 얻으면, 그 사람의 믿음의 힘이 흔들리지 않게 된다. 믿음의 힘을 얻어 흔들리지 않으면, 제근(諸根)[2]이 청정하고 밝아진다. 제근이 청정하고 밝아지면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 할 수 있다. 선지식을 가까이하면, 능히 광대한 선(善)을 닦게 된다.


광대한 선을 닦으면, 그 사람은 큰 원인이 되는 힘[因力]을 성취하게 된다. 큰 인력을 성취하면, 수승(殊勝)한 결정해(決定解)[3]를 얻게 된다. 수승한 결정해를 얻으면, 부처님들의 호념(護念)하시는 바가 된다. 부처님들의 호념 하시는 바가 되면, 능히 보리심(菩提心)을 일으키게 된다. 보리심을 일으키면, 능히 부처님의 공덕을 부지런히 닦게 된다. 부처님의 공덕을 닦으면, 능히 여래의 집에 태어나게 된다. 여래의 집에 태어나면, 선한 일을 하며 좋은 방편을 수행하게 된다. 선한 일을 하여 좋은 방편을 수행하면, 믿고 기뻐하는 마음[信樂]이 청정해지게 된다.


믿고 기뻐하는 마음이 청정해지면, 가장 뛰어난 마음을 얻게 된다. 가장 뛰어난 마음을 얻으면, 늘 바라밀(波羅密)을 닦게 된다. 바라밀을 닦으면, 능히 대승(大乘)[4]을 갖추게 된다. 대승을 갖추면, 능히 가르침대로 부처님을 공양하게 된다. 가르침대로 부처님을 공양하면, 능히 부처님을 생각하는 마음[念佛]이 동요하지 않게 된다. 염불의 마음이 동요하지 않으면, 항상 한량없는 부처님을 뵙게 된다. 한량없는 부처님을 뵈면, 불신(佛身)의 영원함을 보게 된다. 불신의 영원함을 보면, 능히 진리의 영구 불멸함을 알게 된다.


진리의 영구 불멸함을 알면, 변재(辯才)[5]의 무애(無楝)함을 얻게 된다. 변재가 무애 하면, 무변한 가르침을 설할 수 있게 된다. 무변한 가르침을 설하면, 능히 중생을 제도하게 된다. 중생을 제도하면, 견고한 대비심(大悲心)을 얻게 된다. 견고한 대비심을 얻으면, 심심(甚深)한 가르침을 희구(希求)하게 된다. 심심한 가르침을 희구하면, 능히 유위(有爲)[6]의 허물을 버리게 된다. 유위의 허물을 버리면, 교만과 방일(放逸)을 떠나게 된다. 교만과 방일을 떠나면, 능히 온갖 중생을 널리 이롭게 해 주게 된다. 온갖 중생을 널리 이롭게 하면, 생사(生死=윤회) 속에 있으면서도 싫증을 모르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경설(經說)에 따르면 대승의 보살이 닦아야 할 모든 실천 덕목은 이 믿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믿음으로 말미암아 발심하게 되며, 발심함으로써 비로소 궁극의 깨달음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주(註)

1) 大正藏 10권, p.72中.

2) 제근(諸根)이란 눈·귀·코·혀·몸의 다섯 가지 감각 기관[五根]을 뜻한다.

3) 결정해(決定解)는 확정적인 이해를 뜻한다.

4) 대승(大乘)이란 대승불교라는 뜻 외에 온갖 실천법을 의미하기도 한다.

5) 변재(辯才)는 말 재주, 즉 언어 표현의 능력을 말한다.

6) 유위(有爲)는 인연으로 화합된 온갖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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