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지역의 재발견] 선운사 단풍이 되었으면 선운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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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4일 (화) 유 기 상 전북문화재연구원 고문, 전북대 초빙교수 APSUN@sjbnews.com
  
 
  
 

지난 주말 고창미래전략을 찾느라 선운사 차밭을 보러 갔더니 단풍관광객이 인산인해다. 평소에는 넓디 넓은 그 주차장이 온통 차로 덮이고 나들목 삼거리까지 주차장이 되었다. 참으로 대단한 단풍관광의 위력이다. 단풍구경 명소가 많다지만 고창 선운사와 문수사 단풍이 단연 일품이다. 이곳 단풍은 크기나 짜임이 사람의 눈을 편안하게 하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애틋한 아름다움이 있다. 고창의 풍수와 사람을 빼닮은 것이리라. 일시에 온산이 불타오르는 장관을 만든 것은 때이다. 계절의 교체와 대자연 순환의 조화다. 해가 짧아지고 밤에 찬이슬이 내리다가 서리가 되면, 나뭇잎은 떠날 때가 온 것을 미리 알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진다. 자연의 섭리를 순응하는 슬기로운 생명체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가야할 때를 아는 단풍미
농가월령가 9월령을 보면 한로 상강 철에는 “만산에 풍엽은 연지를 물들이고, 울 밑에 황국화는 추광을 자랑한다.”고 하여 온산의 단풍풍경과 국화풍경으로, 10월령 입동 소설 철은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고 낙엽풍경으로 묘사하였다. 찬 가을이 오면 나뭇잎은 겨울이 왔음을 미리 알고 떠날 준비로서 단풍으로 변한다. 추운 겨울이 온다는 것을 아는 나뭇잎은 겨울나기 준비로서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다시 피어날 새 잎을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되어 보은하려는 것이다. 이형기 시인은 떨어지는 생명을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예찬하였다.
입추처서를 분기점으로 식물은 성장에서 갈무리로 생명체의 목표를 바꾼다. 백로추분을 지나면서 점차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일조량이 줄고 기온이 내려가면 나뭇잎은 떠날 때가 온 것을 알아차린다. 나무는 겨울나기 준비로서 잎을 떨구기 위해 기공을 닫아 광합성을 멈추면 잎은 푸른빛을 잃고 단풍이 든다. 단풍잎의 잎자루와 가지가 붙어 있는 사이에 떨켜가 생겨나서 잎을 떨군다. 이것이 낙엽이다. 떨켜는 잎이 떨어진 자리를 보듬어 상처를 치유하고, 나무를 살리기 위해 수분이 증발해 나가거나 해로운 미생물이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귀한 구실을 한다. 단풍과 낙엽은 온대 낙엽성 식물이 변화하는 계절환경에 적응하는 슬기로운 삶의 지혜인 셈이다. 낙엽은 제 할 일을 다한 나뭇잎 인생이 오래도록 살아야할 나무, 자신을 키워준 나무에게 보은하기 위해 자신의 자리를 기꺼이 떠나면서, 새 봄에 다시 피어날 새 잎에게 제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오덕 시인은 낙엽에서 “먼 길을 떠나는 수많은 낙엽들은 제 할 일을 다한 기쁨 제 갈 길을 가는 기쁨“을 본 것이리라.

새 생명을 위한 보은 거름, 낙엽미
낙엽수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은행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같은 낙엽수는 한로 상강 철이 되면 철을 알고서 단풍이 들고, 한꺼번에 떨켜를 만들어 일사분란하게 낙엽이 지고 벌거숭이 나무(裸木)가 된다. 요즘 볼만한 단풍이 드는 나무가 이런 종류 낙엽수다. 그러나 본디 따뜻한 곳에서 살았던 탓에, 철을 잘 모르는 밤나무, 담쟁이, 떡갈나무과 나무들은 떨켜를 만들 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종류 나뭇잎은 겨울이 되어 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말라비틀어질 때까지도 철없이 가지를 붙들고 버티고 있다가, 마침내는 겨울의 눈보라와 강풍에 휩쓸려 하나씩 나무에서 억지로 떨궈지게 된다. 상록수의 잎은 많은 종류가 2-3년간 유지되다가 새로운 잎이 나게 되면 일시에 떨어진다. 상록수 나뭇잎이 일시에 교체되는 것을 후학에게 자리를 내주는 양보미학으로 비유하여 표현한 시도 있다. 나뭇잎 팔자에도 때를 알고 단풍들어 기꺼이 나무에게 거름이 되려고 스스로 낙엽이 되는 팔자, 이미 때가 지났는데 빌붙어있으려 안달하다가 중력과 바람에 이길 힘이 없음을 확인하고야 기어이 흩날려가는 또 다른 나뭇잎 팔자가 있으니 나뭇잎 팔자도 사뭇 다르구나.
요즘 정계개편 와중에도 여기저기에 어른 노릇 못하고 추한 꼴 보이는 사람들이 안타깝다. 나는 아름답게 단풍들고 기꺼이 낙엽지는 선운사 은행잎이 참 좋다. 불현듯 문수사 단풍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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