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희망공동체 교구를 가다]<3>제24교구본사 선운사 선운 201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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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공동체 교구를 가다]<3>제24교구본사 선운사지역사회 활발한 참여·회향으로 중심으로 ‘우뚝’
  • 선운사=박봉영 기자
  • 승인 2018.04.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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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교구본사 선운사는 지역사회 참여와 회향을 통해 지역 내 불교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선운사가 소장하고 있는 <석씨원류> 경판 이운의식.

승가복지체게 빠르게 구축
사회복지활동 모범 ‘독보적’
지역 내 불교 신뢰도 높여

재정·운영투명화 역할 확대
교구·본사공동체 회복 노력
전북 불교지형 변화 이끌어

조계종의 교구는 특별교구로 지정된 군종교구와 해외교구를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지역을 중심으로 획정됐다. 직할교구로 칭해진 1교구와 2교구가 수도권, 3교구와 4교구가 강원도, 5교구와 6교구, 7교구가 충청도를 담당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같은 원칙을 벗어나는 교구가 24교구와 25교구다. 전북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17교구 관할 전북지역이 너무 넓어 24교구를 설치했고, 2교구가 담당하는 경기도 역시 25교구를 개설해 분할하도록 했다.

24교구는 17교구본사 금산사로부터 지역 분할을 받았기 때문에 전북 서남부 지역의 시군을 관할하게 됐다. 정읍시, 임실군, 순창군, 고창군, 부안군을 맡았는데, 군산시는 17교구 관할이면서 동시에 24교구가 함께 관할하는 지역이다. 본사 선운사를 중심으로 정읍 내장사, 부안 내소사, 개암사, 고창 문수사, 군산 동곡사 등 57개 사찰을 운영하고 있으며, 재적승은 180여명이다.

일제강점 당시 한국불교 근대화를 주도했던 백파선사의 맥을 이은 석전 영호스님의 문손이 자리잡고 있다. 박한영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석전스님은 해방과 함께 조선불교 교정으로 추대된 큰어른이다. 최남선, 신석정, 조지훈, 이광수, 모윤숙, 정인보, 서정주, 김달진, 홍명희 등 당시 내로라하는 지식인층이 석전스님의 문하에 들기를 청할 만큼 선교에 능통한 위인이었다. 석전스님의 문손인 남곡, 운기, 운허, 청담, 청우, 운성, 경보스님 등이 큰 일가를 이뤘다. 지금은 남곡스님과 운기스님, 청우스님 문도가 24교구에 주로 남아 있다.

불교세가 약한 호남지역에 있는 24교구는 서해안고속도로 개통과 서해안에 주목한 서해안시대를 맞으며 비로소 주목받게 됐다. 최근 10년 동안 24교구의 성장은 눈에 띄게 도드라진다. 지금은 전북지역 불교 지형의 변화도 나타나 비교적 큰 사찰이 많은 17교구와의 격차도 많이 줄었다. 그 중심에 24교구본사 선운사의 활발한 역할이 있다.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과 전 주지 법만스님의 공로 역시 적지 않다.

꽃무릇 핀 선운사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선운사는 꽃무릇 필 무렵 산사음악회를 열고 있다.

선운사는 선운사복지재단을 설립해 적극적으로 사회복지 활동을 펼쳐 지역 속으로 뛰어들었다. 산하시설인 고창군종합사회복지관을 비롯해 고창군노인복지관, 고창군노인복지센터, 선운푸드뱅크, 고창푸드마켓, 고창육아종합지원센터, 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 등 7개 사회복지시설을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에서 후발주자면서도 선운사복지재단의 역할은 독보적이다. 교세가 더 강한 다른 종교계가 사회복지 분야에 있어서 선운사복지재단의 명성을 넘어서지 못한다.

선운사는 지난 1월부터 고창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새로 위탁받아 운영을 시작했다. 이 시설은 그동안 다른 복지단체가 운영하던 시설이었다. 선운사복지재단이 이 시설의 위탁계약에 나서자 다른 복지단체들이 모두 입찰을 포기했다. 선운사복지재단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뜻을 접은 것이다. 이 지역에서 선운사와 선운사복지재단에 쌓인 신뢰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승려복지에 있어서도 24교구는 다른 교구 보다 발빠르게 시작했다. 일정기금을 출연해 선운사 내 석상수행마을을 만들어 노스님들의 주석처를 마련했고, 교구 재적승에 대한 수행지원금과 교육지원금 지원체계를 갖췄다. 석상수행마을 조성 후 사설사암을 공찰로 등록하고 이 곳으로 들어간 노스님도 있다. 교구 차원에서 마련한 승려복지 시스템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가장 큰 변화는 수말사에 대한 재정투명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주지 경우스님은 2015년 부임과 함께 수말사의 재정 공개와 역할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수말사에 대한 직접적인 운영 점검을 거치면서 교구내 역할을 보다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지장기도 사찰로 유명한 산내암자 도솔암의 직영은 교구와 본사의 활동폭을 넓히는데 적지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 착공한 고창 월곡뉴타운 불교회관 불사도 이같은 노력의 성과 가운데 하나다. 불교회관 불사는 부지 매입 후 50여억원에 달하는 불사비 조달 문제로 실행하지 못했으나 수말사와 도솔암의 분담을 통해 건립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절 선운사는 다양한 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선운사의 도움을 받은 지역민들이 보은의 뜻으로 소금을 선운사에 공양하는 보은염을 이운하는 모습을 재현한 선운문화제.

승가공동체 회복을 위해 추진되는 사업들도 눈에 띈다. 노스님들에 대한 복지혜택 제공 외에도 겨울 난방비 지원과 같은 형편이 어려운 말사에 대해 본사를 비롯한 수말사가 도움을 주는 체계를 갖추고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본사대중이 함께 새벽예불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차담과 대중공사 등을 정례화했다.

이 밖에도 교구와 본사 운영에 있어서도 투명화해 신뢰감을 높이고 있다. 24교구 내 목적사업과 건축불사는 추진과정 심의부터 업체 선정에 이르기까지 교구종회와 불사심의위원회 등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 이권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24교구와 선운사의 변화가 지역내 교구 역할을 확대하고 전북지역의 불교지형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흐트러진 승가공동체 정신 회복 나설 것”

제24교구본사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

선운사는 법당 뒤편의 동백숲이 아름답다. 요즘 동백꽃이 꽃송이째 떨어지고 있다. 동박새 소리 요란한 길을 걷던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사진>은 걱정이 앞선다. 요즘의 승가를 생각하면 답답하다고 했다. 구상했던 종책들을 하나하나 펼쳐가고 있지만 그럴수록 빈자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요즘 스님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과연 희망이 있는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편하게 살려고만 하는 것 같고 종단관이나 불교관이 제대로 서 있질 않아요.”

자기 고백 같은 경우스님의 말은 비단 24교구와 선운사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문제인식은 종단 내에 이미 팽배해있다. 여러 대중이 모여 사는 사찰일수록 더 하다.

경우스님은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로 승가의 공동체 정신 회복을 꼽았다. 단순하게 접근할 문제는 아지만 우선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다. 본사대중은 새벽예불과 아침공양에 반드시 참석하도록 했다. 좋은 절, 수입 많은 절에 있는 스님들은 없는 절, 가난한 절의 스님들을 도울 수 있도록 했다. 요즘은 월2회 모든 대중이 참석하는 차담을 하고 있다. 내용은 다르지만 형식은 대중공사와 같다. 전체 대중이 모여 앉아 교구와 사중 대소사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자리다. 경우스님은 “흐트러진 승가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는데 보다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우스님은 부임 이후 제일 먼저 교구와 본사, 수말사의 운영, 재정 투명화에 나섰다. “인기 떨어질 일만 한다”며 괜한 일 하지 말라고 주변에서는 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 경우스님은 “운영이나 재정 상황이 정확히 파악됐을 때 그에 맞는 역할과 역량을 모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인기는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잘 한 일”이라고 했다.

경우스님은 지난 3년여간 진행해 온 일들과 연내 자체 예산으로 건립되는 고창불교회관 불사를 마무리하는데 역점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 9월 개최하고 있는 선운문화제와 산사음악회, 꽃무릇축제 등을 사계절이 아름다운 선운사의 특성에 맞춰 연중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석전스님의 유지를 받드는 기념관 건립 불사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놓고 주지 소임을 마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선운사=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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