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제24교구본사 선운사(주지 경우스님)가 11월7일 오후 경내 성보박물관에서 ‘선운사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주지 경우스님과 국장 소임 스님들, 신도들 종무원들, 그리고 발표자, 토론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이 대회는 천년고찰 선운사의 불교적 의미를 조명하고, 선운사의 불교정신을 고찰하며, 선운사의 발전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이 대회는 개회식을 간략히 가진 뒤 학술발표에 들어갔다. 전북대 신병욱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발표는 나종우 원광대 명예교수가 ‘검단선사 보은 염선제 ’를 주제로, 황인규 동국대 교수가 ‘선운사의 조선초 고승 행호와 덕원꾼’을 주제로, 최인선 순천대 교수가 ‘선운사의 불교미술’을 주제로, 남해경 전북대 교수가 ‘선운사의 건축’을 주제로 이어졌다. 이어진 토론은 한문종 전북대 교수, 백덕규 김제시 학예사, 한수영 호남문화재연구원, 김석희 문화재청 서기관 등이 맡았다.
첫 발표에 나선 나종우 원광대 명예교수는 “검단선사는 백제 위덕왕 때 활동했던 선사로, 577년에 선운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도솔산에 자리잡고 있던 산적들을 교화하여 검당마을로 인도하여 소금 굽는 방법을 가르쳐서 생업으로 삼게 하고 경제적 자립을 도왔다. 도솔암 인근 못에 살던 용을 몰아내고 메워 절을 지었다.”는 창건과 자염법의 성립, 검당마을의 설기를 소개했다. “검단선사의 은공을 갚기 위해 매년 봄가을로 소금을 시주하게 됐고, 이는 천오백년을 이어온 검당마을과 선운사의 풍속이 됐다. 여기서 용을 물리쳤다는 것은 기존의 토속신앙과 사상을 신흥 불교가 대체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소금 만드는 방법을 주민들에게 가르쳤다는 것은 지금까지 지명이 남아있고 풍속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역사적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보은 염선재를 축제로 재현하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표는 동국대학교 황인규 교수가 맡았다. “선운사는 수많은 고승이 배출되고 오갔다. 그중에서 조선 초기 고승 행호스님과 덕원군에 관한 기록들을 살펴보겠다. 조선개국에 영양을 크게 떨친 무학대사의 손제자인 행호스님이 선운사를 크게 중창했다. 이 때는 유학세력이 자리를 잡고 억불시책을 강력하게 펼치던 성종조였기에 특별한 사례이다. 이는 선운사의 고승 청풍당 행호 극유의 등장과 그를 후원한 성종의 숙부이자 세조의 아들인 덕원군 이서의 후원이 큰 역할을 했다. 이는 고려말 조선초 지공, 나옹, 무학으로 형성된 삼화상 법맥이 일옥, 행호로 이어졌고, 이와 같은 삼화상 계승 도량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선운사의 사격을 새로이 높여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은 전라도 불교세가 약하지만 조선조의 전라도 불교세는 매우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선운사의 사격이 저평가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세 번째로는 순천대학교 사학과 최인선 교수가 발표했다. “선운사의 여러 기록에 의하면 6세기 후반에 창건되었다. 동불암 마애불의 앞 대지에서 출토된 백제시대의 평기와가 이를 뒷받침한다. 통일신라시대의 연화문 수막새와 당초문 암막새 등이 출토외어 사세가 이어졌음도 밝혀졌다. 초기 청자인 해무리굽 청자를 비롯하여 상감청자, 분청사기, 조선백자 등도 출토외어고려시대의 선운사 사격이 굉장했다는 것도 알려준다. 도솔암 마애불의 조성연대 하한은 1200년대가 확실해졌다. 선운사 대웅보전의 장대한 수미단 위에 봉안되어 있는 소조비로자나삼불은 대좌에서 조성기가 발견되어 당시 최고의 조각승 무염에 의해 조성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조성기에 이 불상의 재료가 목재라고 하였는데 문화재명칭은 소조로 되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며 창건연대는 백제이고 꾸준히 사격이 유지되었음을 밝히고 새로이 문제를 제기했다.
네 번째 발표자로는 전북대학교 남해경 교수가 나섰다. “천년고찰 선운사는 초창 이후 조선시대 때 절정기를 구가하여 89개의 암자와 189개에 이르는 요사가 있었다. 선운사는 최근에 만세루가 국가 보물로 승격되고 선운사 영산전이 지방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중요한 건축사적 사건이 있었다. 선운사는 이전의 규모에 비하여 규모는 축소되었지만 대가람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추후 문화재의 승격, 지정 등을 통하여 선운사가 가지고 있는 건축적 특징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가람을 다시 한번 중흥시키고 현재의 불전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재로 지정할만한 가치가 있는 불전들이 있다. 이들 불전을 체계적으로 문화재로 지정하고 국가문화재로 승격시키는 작업도 시작돼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인 관리계획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토론자들도 진지한 의견을 제시하고 문답이 있었다.
마지막 인사에 나선 주지 경우스님은 “오늘 제시된 새로운 의견과 사실들을 더 연구하고 발전시켜서 선운사의 보존과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발표와 토론에 참여해주신 학자 교수 연구자님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오늘 시작한 학술발표를 분야별로 나눠서 학술대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