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을 알리는 동백꽃이 만개한 고창 선운사에 청소년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미국 청소년들은 “그레이트” “뷰티풀” “베리 어메이징” 등의 감탄을 연발하며 한국 산사의 풍경을 휴대폰에 담았다.

고창 선운사(주지 경우 스님)는 4월 15일부터 16일까지 1박 2일간 ‘오롯이 나만을 바라보며’를 주제로 미국 청소년 대사단을 초청해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15일 오후 2시, 선운사에 도착한 미국 청소년 대사 25명과 인솔자 4명은 방사에 짐을 푼 뒤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다. 영상으로 소개된 템플스테이 수칙을 경청하며, 한국 사찰 체험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선운사 차밭길을 따라 사찰로 향한 청소년들은 계곡물 소리와 산새 울음에 감탄하며 자연과 하나 되는 시간을 가졌다. 사물각에서는 사물의 의미와 수행의 가르침을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대웅보전에서는 비로자나불·아미타불·석가모니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존경의 뜻으로 삼배를 올렸다.
청소년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곳은 관음전이었다.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의 자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애인을 만들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 “즐거운 학창시절이 되길 바란다” 등의 각자 소망을 정성껏 기도했다.

사찰음식으로 마련된 저녁 공양에 감탄한 청소년들은 범종각에서 직접 범종을 타종하며 모든 생명의 평화를 기원했다. 이후 자유롭게 예불에 참석하거나 사찰 경내를 산책하며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다음 날인 16일에는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걷기 명상을 체험했다. 고요한 숲길에서 진행된 선명상은 청소년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어진 차담 시간에는 스님과 함께 불교와 템플스테이에 대한 궁금증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선운사 연수국장 효근 스님은 “선운사는 자연이 아름답고 산세가 완만해 마음이 편안해지는 도량”이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며 평온함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불교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청소년들이 편견 없이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차수를 하며 이동하는 모습에서도 예의 바른 태도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참가자 압둘라만 시어(17)는 “한국에 처음 와서 처음 사찰을 방문했는데, 고요하고 청정한 자연이 인상 깊었다”며 “사찰 건축물 설명을 듣는 동안 들려온 새소리가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한국인들의 삶의 방식과 관점이 새로웠고,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가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클라리사 쿠느자키(16)는 “산사에서의 템플스테이는 마음을 정화시키는 경험이었다”며 “범종 소리, 새소리, 연등이 어우러진 산사의 풍경은 평화롭고 조화로웠다. 고요함과 평화를 내 인생에 담아가는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용훈 기자 boori13@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