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인터뷰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 - “1500년 동안 주민 덕분에 살았으니 갚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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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7-21 09:39 조회2,316회 댓글0건본문
“1500년 동안 주민 덕분에 살았으니 갚아야죠”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
2대 숙원불사 나란히 회향
“건축불사는 이제 그만”
이제 필요한 건 소프트웨어
“사정 어려운 사찰 많아져
종단차원 지원책 마련해야”
선운사는 최근 들어 큰 불사를 완성했다. 2019년 고창읍 신도시 월곡뉴타운에 조성한 ‘선운교육문화회관’과 올해 3월 개관한 ‘선운사 불교체험관’이 그것이다. 선운사의 숙원사업이자 전임 주지와 현직 주지의 합작품으로 의미가 큰 대작불사였다. 두 불사는 거의 동시에 진행됐다. 당연히도 그에 따른 부담도 배가 됐다.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사진>의 중압감이 예상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멈추거나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다. 두 대작불사는 반드시 필요했으므로 완성해야 했다. 특히 순수하게 선운사 교구의 삼보정재가 투입된 선운교육문화회관 건립불사는 난관의 연속이었다. 건물을 짓는 데만 50억원이 소요됐다. 비록 빚은 남았지만 지금 고창읍 중앙로에는 고창의 랜드마크가 우뚝 서게 됐다.
눈물 나는 헌신으로 선운사의 두 가지 대작불사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주지 경우스님은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 건축불사는 그만하렵니다.” 경우스님은 단도직입적으로 선언했다. 진심인지 아닌지 스님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확신했다. ‘진심이구나.’ 스님의 눈은 자신감으로 넘쳤다. 일반적으로 주지 스님들에게서 건축불사는 ‘more and more’, ‘다다익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우스님은 전혀 달랐다. 정부에 내년 예산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사람들 눈에 당장 띄는 건 건축물을 지어 보여주는 일입니다. 하지만 기껏 지어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건물도 많습니다. 자꾸 짓기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앞으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출가자 수, 신도 수가 줄어들 것이라 예상됩니다. 건축불사보다는 사람들에게, 신도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선운사만의 특화된 프로그램 생산, 그리고 인재 불사, 앞으로 선운사가 나아갈 방향이다.
경우스님의 복지 불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1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룩한 ‘고창 대표 복지기관’이라는 평가는 자랑할만한 것이다. 불교라는 공공성을 앞세운 선운사는 복지불사를 통해 단 한 푼의 수익을 남기지 않았다. 복지시설장 임명 외에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고, 법인전입금을 꼬박꼬박 지원했다. “일부 스님들은 사회복지보다 승려복지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말씀했습니다. 분명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선운사가 1500년 동안 지역주민 덕분에 잘 먹고 잘 살았으니 우리도 그분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복지 불사는 최소한의 보답입니다.”
경우스님을 마주하면서 머릿속을 채웠던 생각은 ‘공심(公心)’이었다. 차분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면서도 공적인 내용을 말할 때 눈이 유난히 밝아졌다. 그래서 종단을 향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지방의 천년고찰들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건물 불사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사찰들이 유지될 수 있는 지원책도 필요합니다. 신심과 원력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사찰들이 최소한 유지될 수 있도록,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그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요?” 선운사는 어려움에 처한 말사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본사에 소임을 살게 해 보시금을 지급하고, 겨울 난방비를 지원하는 일도 본사의 몫이다. 통 큰 지원은 아니지만 교구공동체로서 의무와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불교신문 3725호/2022년7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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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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